올인114[카지노] -카지노에서 돈 버는 유일한 방법?

“자, 이제 자네가 야심차게 개발한 백전백승의 전략을 보여주게나, 프랑크.”
카지노에 들어서자마자 친구 빌이 만사 제쳐놓고 재촉한다. 프랑크는 룰렛에서 거의 확실하게 돈을 따는 방법을 안다. 그는 일관되게 검은색 칸에 돈을 걸고, 구슬이 빨간색 칸으로 떨어지면 판돈을 두 배로 올릴 전략을 세웠다. 이를테면 목표 금액이 5유로라면, 검은색 칸에 5유로를 건다. 운 좋게 구슬이 검은색 칸에 떨어지면 목표를 달성하지만 빨간색 칸에 떨어지더라도 그다음 판에 10유로를 걸면 된다. 왜냐하면 두 번째 판에 그가 이겨서 20유로를 받으면 두 번째 판까지 걸었던 15유로를 감안했을 때 결국 5유로를 딴 셈이 되기 때문이다. 열두 번 연속으로 구슬이 빨간색 칸으로 떨어질 확률은 0이나 다름없다고 확신한 프랑크는 정확히 열두 번 게임할 수 있는 2만 475유로를 준비해서 실전에 임한다.
“3, 루즈(빨간색), 앵페르(홀수), 망크(18 이하의 숫자)!”
“34, 루즈, 페르(짝수), 파세(19 이상의 숫자)!”
“3, 루즈, 앵페르, 망크!”
연거푸 열한 번 빨간색이다! 어느새 프랑크 주변은 인파로 우글거린다. 과감한 이론들이 속삭임에 실려 오고간다. 딜러가 속임수를 쓰는 것일까? 룰렛 기구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프랑크는 돌처럼 굳어진 표정으로 자신의 칩을 응시한다. 마침내 그는 1만 240유로어치의 칩 더미를 검은색 구역에 밀어놓는다. 이것마저 잃으면 프랑크는 빈털터리가 되고 만다!
도박꾼들의 어리석은 추론
믿기 어렵겠지만, 위의 이야기에 제시된 숫자들은 다음과 같이 2007년 3월 10일에 호엔쥐부르크 카지노에서 실제로 나온 것들이다(R : 빨간색, S : 검은색).
R SS R S RRR SSSS RR SS R S R SSSSS RRRRRRRRRRR S RR SSS R SS R SSS R S RRRR SSS RRR S R S RR SSSSS RRRR S RRR S RRR SS R SS RRR S RR SS RR S R S |
위의 열이 ‘무작위하지 않다고’ 여길 통계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 열에는 R이 54개, S가 46개 들어 있다. 이 비율은 상식적으로 기대되는 비율 50 : 50에 가깝다.
그렇지만 프랑크의 도박이 대실패로 끝난 것은 개연성이 상당히 낮은 사건이다. 프랑크가 채택한 백전백승의 전략은 99.95퍼센트 성공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확률만 계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박은 돈이 걸린 놀이이고, 따라서 결과 각각의 확률뿐 아니라 그 결과에 동반된 손익이 얼마나 큰지도 따져야 한다.
이른바 기댓값은 이런 맥락에서 유용한 수학 개념이다. 기댓값은 도박이 ‘공정한지’ 여부를 알려준다. 기댓값이 0보다 작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님이 돈을 잃고 카지노가 돈을 번다는 뜻이다. 그리고 룰렛에서는 베팅을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기댓값은 0보다 작다.
